[호흡] 호흡 수련으로 미주신경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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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LD 작성일24-12-31 09:53 조회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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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조선일보 기사
[김철중의 생로병사]
경쟁·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 호흡 거칠게 하는 교감신경에 의존
뇌에서 나와 대장까지 닿는 미주신경에 친화적이어야 마음 편안해
긴 호흡·숙면·발효식품 섭취로 미주신경 활성화하면 혈압 낮춘다
뇌에서 신경이 뇌 밖으로 나오는 뇌 신경은 12개가 있다. 안면·후각·시각신경 등이다. 뇌 신경은 주로 얼굴에 머물지만, 뇌에서 나와 목과 가슴을 거쳐 대장 끝까지 닿는 신경이 있다. 미주신경(迷走神經)이다. 심장, 폐, 스트레스 호르몬을 생산하는 부신, 소화관 등의 운동을 조절하는 부교감신경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심박수를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고, 장의 연동을 부드럽게 한다.
대뇌와 소화기는 신경축으로 연결돼 있는데, 그 주축이 미주신경이다. 이를 통해 머릿속 불안은 위경련이나 속 쓰림으로 이어지고, 정신 우울은 대장 연동 무기력으로 변비를 유발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도 상대적 박탈감이 위장 근육을 자극한 결과다. “뱃심이 두둑하다”는 말은 배 안의 ‘뇌’가 안정돼 있으면, 두려움이 없다는 의미다. 미주신경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인 셈이다.
반면 교감신경은 혈압을 올리고, 맥박을 빠르게 하고, 호흡을 거칠게 한다. 전투에 나서는 전사처럼, 사람을 흥분 상태로 유도한다. 교감신경은 뇌에서 나오지 않고, 척추 제1흉추에서 제3요추에 이르는 척수에서 나와서 심장, 혈관, 피부, 부신 등으로 퍼진다.
현대인은 치열한 경쟁과 성취의 시대를 거쳐왔다. 학업, 취업, 직장 생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달린다. 교감신경을 자양분 삼아, 경쟁하고, 갈등하고, 치고받는 속도전을 펼쳤다. 눈앞의 성취에 교감신경은 필요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지나치게 교감신경에 의존하며 살았다. 아침 일찍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긴장과 집중,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 끝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우리의 교감신경은 쉴 틈이 없었다. 그 결과가 번 아웃, 증폭되는 불안 장애, 급증하는 수면 장애다. 정서적 안정감을 잃고 사소한 자극에도 화를 내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불안과 갈등, 경쟁 사회로 변했다는 의미다. 이제 흐름을 바꿔야 할 때다. 교감신경에서 부교감신경 시대로 가서 평온심을 가져와야 한다. 미주신경을 활성화하여 맥박을 낮추고, 혈압을 안정시키고, 소화와 면역 기능을 키워야 한다.
인간은 본래 생존과 적응을 위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균형을 유지하며 진화해왔다. 초기 인류는 환경적 위협, 포식자로부터의 도피, 생존을 위한 사냥을 하는 데 교감신경의 도움을 받았다. 이는 짧은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부교감신경이 우세한 상태에서 식사하고, 휴식하고, 안정적인 공동체 생활을 유지해 왔기에 인류는 생존했다. 현대인의 생활은 이런 교감과 부교감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미주신경 활성화는 단순히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을 넘어, 인간 본연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을 미주신경 친화적인 몸으로 만들자. 그러려면 우선 호흡 훈련이 필요하다. 날숨을 들숨보다 2배 정도 길게 하는 호흡은 미주신경을 활성화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 배가 부풀어 오르도록 하고, 천천히 입으로 내쉬어라. 긴 들숨에 혈압은 떨어지고, 불안은 사라진다.
날숨을 길게 하면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이완 상태를 유도하는 뇌의 알파(α)파도 증가한다. 아침저녁으로 하루 5분씩이라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는 시간을 가져보시라. 음식을 천천히 씨ㅂ어 먹으면 미주신경이 활성화된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도 노력하자. 요구르트, 된장 등 발효식품 섭취도 미주신경 활성화를 돕는다. 숨차는 운동을 하거나, 햇볕 쬐며 걷거나, 자주 웃을수록 미주신경도 즐겁다.
숲과 바다와 같은 자연을 접하면, 교감신경은 억제되고, 부교감신경은 늘어난다. 가능한 한 생활 주변에서 공원이나 정원 등 작은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일 5~10분간 조용한 공간에서 명상하거나, 평온한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 챙김도 미주신경을 덥힌다. 요즘 미국의 빅테크들이 회사 내에 명상실을 운영하는 이유다. 사회적 교제 넓이를 늘리는 것보다 교류 깊이를 늘리자. 서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는 것이 미주신경을 강화하는 데 좋다.
우리는 이제 교감신경 왕성 시대에서 부교감신경 평온 시대로 가야 한다. 경쟁과 성취로 달려온 지난 시대를 돌아보고, 회복과 평온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보자. 새해에는 긴 심호흡으로 미주신경 시대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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