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사다리 4단계 : 비전, 꿈, 학습] 하늘에서의 꿈, 넘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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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LD 작성일21-12-19 23:42 조회10,268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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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의 꿈, 넘어 꿈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한 구절은 무엇이었습니까?”
6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학업과 취업, 결혼과 출산, 은퇴와 재취업, 전업과 창업의 시기를 거치며 수 없이 많은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마주쳐왔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쳤던 명언명구는 무엇이 있었던 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게 능력 주신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성실, 노력, 분수’, ‘Last Chance’, ‘나를 버려라.’ ‘하심(下心)’...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에 찍혀진 인생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여러 구절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몇 년 전 깊은 우울로 인해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를 버티게 해주었던 성경 구절도 있었고,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가훈으로 강조하며 말씀해주셨던 내용도 생각났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비행훈련을 받았던 시기에 큰 도움이 되었던 구호도 있었다. 그 어떤 문구도 내 삶의 수레바퀴에 끼쳤던 영향이 가볍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40여 년 전 공군사관생도 시절 내내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구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동안 세월의 두꺼운 먼지에 덮여져 까맣게 잊고 지내왔던 기억은 잠자던 휴화산에서 폭발하여 솟아나는 용암처럼 뜨겁고도 놀라웠다. 힘들고 어려웠었지만 큰 보람과 성취가 있었던 4년 동안의 사관생도 시절을 회상하면서 조용히 읊조려 보았다.
“땅에서의 괴로움 때문에 하늘에서의 꿈을 잊지 말자.”
그랬다. 내 온몸의 세포들이 40년 동안 잊지 않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학을 진학할 때, 나는 공군사관학교를 선택했다. 사관학교는 국방을 책임지는 국가의 간성(干城)을 양성하기 위한 국방부 예하의 대학 교육기관이다. 그래서 여느 대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정식으로 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애니멀 트레이닝으로 불리는 ‘가입교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했다. 이 훈련은 민간인에서 정식 사관생도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기 전에 가입교를 한 후 엄격하고 강한 훈련을 통해 사관생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질과 소양을 교육하는 것이었다. 입학을 한 이후에도 사관학교 교육은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 동기생들 중에 적지 않은 인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관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그 어렵고 힘들었던 사관생도 시절, 끈임 없이 내게 힘을 주었던 것은 바로 ‘땅에서의 괴로움 때문에 하늘에서의 꿈을 잊지 말자.’라는 구절이었다. 이 문구는 어느 선배 생도가 힘들고 고된 생활을 하는 공군사관생도들을 위해 만들어 구전되어 왔다고 한다. 사관생도 시절은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 당시에 사용했던 수첩을 찾아보았다. 1981년 1학년, 1982년 2학년, 1983년 3학년 3년 동안 사용했던 수첩을 꺼내어 금박의 연도 표시와 학교 이름까지 지워진 빛바랜 겉표지를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세 개의 수첩 모두, 제일 앞장에는 굵은 글자로 크게 써놓은 자경문(自警文)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생도 시절 내내 이 구절이 특별히 마음에 들어 비망록 첫 장에 큼지막하게 적어 놓고, 마음에 깊이 새기면서 지내왔던 것이다. 이 한 줄의 글귀는 내게 진리와 생명처럼 큰 힘이 되어 주었다.
40여 년 전 나를 지켜준 이 한 문장. 아무리 어렵고 힘든 도전이 내게 큰 해일처럼 몰려왔어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군사학교의 단체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 군대 교육의 특성으로 인해 극히 제한되는 자유와 개성.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회와 격리되었다는 고립감. 당시 그곳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나는 다양한 도전과 위협을 맞이하여 늘 위태로웠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고 했지만,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이 스스로 선택한 고통과 괴로움은 때로는 그 어떤 형벌보다도 크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어려움도 내가 선택한 하늘에서의 꿈이 있었기에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꿈. 하늘에 대한 동경. 공군 조종사가 되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르며 국가 영공방위의 주역이 되는 꿈이 있었기에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었다. 생도시절의 일기장에도 어려운 교육훈련과 엄격하게 규격화된 생활에 대한 회의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여기 저기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인내하고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성찰과 긍정의 자기 암시가 뒤를 이었으며, 앞으로의 꿈과 비전을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이 늘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길고 힘든 훈련과정을 거쳐 전투기조종사가 되었고, 30여년의 군 생활을 동안 국가안보와 영공방위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전역을 하여 퇴역 군인이 되어 있는 지금, 잊혔던 생도시절의 자경문이 다시금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대부분 보통 사람들의 삶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20대 초반, 나를 지키고 이겨낼 수 있는 ‘하늘에서의 꿈’이 있었기에 집착과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기반으로 40년을 한 방향으로 지치지 않고 보람과 의미 있게 살아올 수 있었다.
이제 60세가 된 지금, 현실의 여러 유혹과 어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나아갈 수 있는 나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공자님은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 하셨다. 나도 인생의 비전과 사명이 나름대로 확고하게 정리되어 있고 이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다시금 내 인생 비전과 꿈을 다시 한 번 크게 외쳐본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행복사다리의 꿈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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