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사다리 7단계 성취]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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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LD 작성일21-01-08 20:19 조회4,364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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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가? 이 한 줄을 써놓고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원작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를 영화화한 「씨 인사이드」. 안락사 권리를 위한 투쟁의 기록을 담은 내용의 영화는 삶과 죽음, 고통에 대한 성찰을 주었다. “삶을 배제한 자유는 자유가 아닙니다. 자유를 배제한 삶도 삶이 아닙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내가 존엄하게 죽도록 도와주십시오.” 주인공 ‘라몬 삼페드로’는 삶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었기에 진정한 자유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였다.
죽음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태어나서 죽는다. 우주의 법칙이고 자연의 법칙이다. 우주의 시간 138억년, 지구 탄생 이후 40억년에 비한다면 사람의 생에 주어진 시간 100년은 그야말로 찰나(刹那)의 순간이다. 수 십 억년의 잣대로 보면 그야말로 눈 깜박할 사이에 생멸을 경험한다. 사람들이 하루살이를 보면서 그 짧은 시간이 생의 보람과 의미가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하루살이 인생이라는 짧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한탄도 있지 않은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른다. 광대한 우주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잠깐의 시간동안 태어났다가 사라진다. 사멸과 죽음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보낸다. 이런 관점에서 이 영화를 통해 죽음의 관점에 대해 성찰하고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다.
죽음을 생생하게 느끼거나 매일 죽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라면, 오늘 밤 잠이 들면 다시 깨어날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매일 죽는 연습을 하면 큰 이점이 있을 것 같다. 살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시간이 소중할 것 같다. 애착하던 일이나 사람들에 대한 집착이 성찰이 되고 가벼워질 것이다. 좋거나 싫거나 모든 인연에 감사함이 저절로 올라올 것이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 자연스러운 과정을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은 Birth 와 Death 사이의 Choice 선택이라고 하지 않던가. 진정한 자유를 위한 선택에 죽음이라는 선택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자연과 생명은 본질적으로 생로병사의 법칙을 따른다. 태어나서 늙어감에 따라 병들고 쇠퇴하여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태어남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어도 죽음은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선택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죽게 된다.
그럼 후회가 없는 삶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삶이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보람과 의미가 있었다면 후회가 없을까? 반대로 후회가 없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언제 죽을지 모르고 살다가, 자신의 선택하지 않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미련과 후회가 남아 있게 될 것 같다. 그럼 후회가 없는 삶과 죽음을 맞이하려면 죽음을 진정으로 맞이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이 그 날이다. 딱 좋은 그 날임을 인식하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 죽기 위해 몇 가지 준비해 둘 것이 있다. 가장 먼저 유언장을 작성해야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을 남기고 가면 덜 서운할 것 같다. 가능하다면 깨어있을 때 사랑의 말을 많이 전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유언이 더 간단해 질 것 같다. 유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살아 있을 때 감사하고 사랑을 실천하면서 오늘까지 다 전달하지 못한 말을 유언장으로 남겨놓자.
둘째, 장례 계획을 세워놓으면 좋겠다. 자유와 존엄으로 삶을 영위해왔다면, 생전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유족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장례 계획을 세우고 싶다. 죽음은 삶의 연장인데, 망자의 가치에 반하는 의식과 행사 등으로 원치 않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 바꾸어 말하면, 생전의 영적 가치가 남아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승이 된다면 진정한 삶의 보람과 의미가 죽음으로서 다시 싹이 틀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기 위해 언제 어떻게 죽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과 사랑을 위한 씨앗을 심고 가꿀 수 있도록 수련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장례 계획은 주어진 삶의 매 순간마다 맞이하는 수련과 수도가 될 것이다.
셋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장기기증서 등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갑작스런 죽음에 대비한 법적인 나의 의지를 밝힌 의향서를 작성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언제, 어디서든지 찾아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 의지로 존엄 있는 나로서의 죽음을 원한다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선택을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나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 나의 의지로 내 육신에 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다면 존엄성 있게 이번 생에 받은 이 몸을 기쁘게 놓아 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유족들이 나의 육신의 존속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들의 뜻을 존중하며 기쁘게 그 결정을 받아들인다. 가족들의 기쁨은 내게 대단히 소중한 가치이다. 그 어떤 아픔과 고통이 있더라도 가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기에 나는 유족들이 연명의료 결정을 하더라도 존중한다. 만약 나를 편하게 쉬게 해주겠다는 마음과 유족들의 실질적 도움이 충돌할 경우에 조금도 내게 미안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는 나의 마음을 존중하는 결정이 내 영혼을 더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나의 의사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내게 보여주셨고, 그 분이 실천하신 가치를 배워서 그대로 옮길 뿐이다. 선친은 내게 영원히 살아계시는 신이다. 아버님의 가치가 유족들과 사회에 전승되는 것이 아버님이 영생하시는 것이라 믿는다.
넷째, 사랑하는 이에게 소망을 이야기 한다. 인생을 삶이라는 패러다임으로만 달려왔다. 말로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안정과 성공이라는 집착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음을 안다. 그러나 이제 인생 후반전에 들어 죽음이라는 시점에서 삶의 시간을 다시 재단해보니, 역시 사랑이 제일이다. 나, 가족, 친구, 이웃,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더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더 진심으로, 더 실천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하자. 오늘이 마지막이 되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새기고, 부처님의 팔정도(八正道)와 육바라밀(六波羅密)을 세포 하나하나가 각성하도록 실천하자.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늘 죽을 것처럼 살고, 죽어도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산다. 육신의 죽음은 언제이어도 좋으나,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영혼은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 성인들의 육신은 이미 수 천 년 전에 소멸되었지만, 그 진실과 진리의 가르침은 살아 있다. 선친의 가치와 가르침이 내게 전승되었던 것처럼, 내 수련의 열매가 씨앗을 뿌려 싹이 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 오늘도 다시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수련을 한다. 내가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는 수련이고 수도이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오늘 도를 깨우치면 내일 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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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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